Wednesday, February 4

신의 실체성을 구성하는 모든 신화적 언어는 궁극적으로 나의 실존적 체험 속에서 의미를 지니는 아키타입이다. 따라서 신앙에 대하여 어떤 객관적인 기준을 논하거나, 진가의 평점을 구한다는 것은 애초에 어불성설이다. 복음서의 이야기가 픽션인가 논픽션인가, 역사적 사실인가 신화적 구성인가를 논하는 것도 애초에 어불성설이다. 그로 규정한다 해도, 그 신앙을 생산하는 실존이 놓이는 자리는 사회적일 수밖에 없으며, 그 사회적 자리는 철저히 합리적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아프가니스탄선교에 대한 초이성적 신앙열정을 불태운다 해도 그 인간이 놓여 있는 현실은 철저히 인간세의 상식적 인과에 의하여 지배되고 있다. 신앙 자체의 비합리성이 인간 삶의 합리성을 거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인간 삶의 자리는 오로지 증오 아닌 사랑일 뿐이다. 사랑이라는 구극적 메시지는 모든 종교제도의 교리체계를 통합하고 초극하는 것이다. -도올 김용옥, <도마복음이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