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y 27

'이제는 더이상 내 양떼가 아니야.' 산티아고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그리움을 참으려고 했다. '아마 벌써 새 양치기와 친해져서 나를 잊어버렸을 거야. 그게 좋은 거지. 양들처럼 떠돌아다니는 것에 익숙한 짐승들은 언젠가는 헤어질 날이 온다는 걸 잘 아니까.' 그리고 양털 가게 주인의 딸. 그녀는 이미 결혼을 했을 것이다. 팦콘 장수와 결혼했을 수도 있고, 그처럼 글을 읽을 줄 알고 여러가지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양치기와 결혼했을 수도 있었다. 결국, 반드시 그여야 했던 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내부에서 나온 예감으로 인해 약간의 동요를 느꼈다. 어쩌면 그는 지금 모든 사람들의 현재와 과거를 알게 하는 우주의 언어를 배우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예감, 어머니가 자주 입에 올리던 말이었다. 그는 '예감'이라는 것이 삶의 보편적인 흐름 한가운데, 그러니까 세상 사람들의 모든 이야기들 속에 그럴 수밖에 없는 어떤 방식으로 펼쳐져 있는 것임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천지의 모든 일이 이미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마크툽." 산티아고는 크리스털 가게 주인을 회상하며 중얼거렸다. -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