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December 26

자기 자신마저 미워하라

나르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소년이다. 물의 신 케피소스와 요정 사이에 태어난 아들로 그가 태어났을 때 예언자는 아이가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면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그가 청년이 되었을 때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많은 처녀들과 요정들이 그에게 구애를 했다. 요정 에코는 그를 사랑한 나머지 몸이 여위어 마침내 목소리만 남아 '메아리'가 되었다. 어느 날 나르시스는 사냥을 하다 목이 말라 물을 마시던 중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그 모습을 사랑하게 되었다. 물에 비친 자신에게 마음을 빼앗긴 그는 한 발자국도 물가를 떠나지 못하고 마침내 그곳에서 죽었다. 그가 죽은 자리에 꽃 한 송이가 피어, 그의 이름을 따서 수선화라고 불렀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애에 빠져 있다. 이것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하나의 숙명적인 비극이다. 불교에서는 이를 집착이라고 부른다. 자기 문제에만 집착하는 나르시시즘은 자기 가정만을 사랑하는 가족애로 발전되며, 자기 지역만을 사랑하는 지역주의로 나아가게 마련이다. 자신이 남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할 때는 교만이 되고,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할 때는 독선이 되는 법이다. -최인호, 수상록 <문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