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ugust 26

단순하면서도 가난하되,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닌 삶, 그것이 내가 스님의 처소에서 받은 첫 느낌이다. 그리고 그것은 많은 물건 더미와 장식물을 자랑하는 '풍요로운 감옥'들에 대한 서늘한 깨우침이 아닐 수 없다. 그분은 가난한 삶을 역설한다. 가난한 삶이라니! 모두가 경제 회복과 물질의 풍요를 되찾자고 외치는 이 시대에! 그러나 나는 아무리 해도 그 말씀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의 소음과 어지러운 말들에 지칠 때면 나는 십 년 전 처음 찾아갔던 그 불일암의 뜰과, 그곳에서 느낀 단순함과 침묵의 풍요가 더 없이 그립다. 다시 그곳에 가서 홀로 가만히 앉아 있고 싶어진다. 그래서 내 안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고구마를 캐듯이 침묵을 캐내고 싶어진다. -류시화, 법정 스님 <산에는 꽃이 피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