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September 28

무소유

고려 말의 학자이자 명신인 이조년李兆年은 호가 매운당梅雲堂인데 유명한 시조 "이화에 월백하고"를 지은 시인이기도 하다. 소년 시절 그는 형 억년과 한강 가를 걸어가다 우연히 길가에서 금덩이를 주웠다. 하나씩 나누어 가진 두 형제가 기쁨에 들떠서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고 있었는데 갑자기 동생 조년이 금덩이를 강물 속에 던져버렸다. 깜짝 놀란 형이 이유를 묻자 조년이 대답했다. "형님, 금덩이를 버리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금을 형님과 나누어 갖고 난 후 줄곧 욕심이 솢구쳐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형님이 없었더라면 내가 몽땅 가질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도 들고, 형님의 것을 뺏고 싶다는 충동마저 느꼇지 뭡니까. 그래서 나는 황금이 요물임을 깨닫고 버린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형 억년도 금덩이를 한강 물 속에 던져 넣으며 말했다. "나도 마음속으로 너와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하마터면 우리 사이에 금이 갈 뻔했구나." 후세 사람들은 형제들이 금을 던졌던 양천나루를 투금탄投金灘이라고 불렀다. 오늘날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시대는 황금만능의 물질시대이다. 지금이야말로 은밀하게 부정한 방법으로 돈주머니를 채우는 행위에서 벗어나 황금을 강물 속에 던져버리는 이조년 형제의 사상을 본받아 실천할 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