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anuary 19

"...그러나 그보다 더 못마땅한 것은 너를 비롯해서 제법 지각있다는 사람들이 그런 충고를 해줄 때 쓰는 논리다. 세계와 인생에 대한 이해라고? 말은 쉽지만 엄밀히 따져 세계와 인생을 다 이해한다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내가 알기로 거기에 가장 가까운 사람은 부처나 기독이겠지만 그들조차도 속속들이 이해한 것 같지는 않다. 대부분은 자기가 이해하고 싶은 것만, 그리고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 이해하고 한세상을 지나갈 뿐이야. 그 다음에 따져 보고 싶은 것은 그 이해와 시간의 관계이다. 많이 헤매고 먼 길을 돈다고 반드시 세계와 인생을 더 잘 이해 할 수 있게 되리라고는 나는 믿지 않는다. 일평생을 헤매고 돌아다녀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먼 빛으로 스쳐보다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가까이서 들여다본 것보다 더 똑똑히 이해할 수도 있다. 더구나 이 세상은 우리들이 처음 살기 시작한 것도 아니다. 이미 수많은 사람이 살고 갔고, 그들은 나름대로 자신이 이해한 세계와 인생을 우리에게 전해 주었다. 우리 배움의 대부분은 바로 그걸 전해 받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 곧 세계와 인생에 대한 이해란 반드시 직접적인 체험이라야 된다는 법은 없으며, 더욱 그 이해가 시간과 비례하는 것이라고도 보지 않아. 오히려 어떤 부분은 우리가 일생을 저자바닥에 뒹굴어도 모를 게 몇 줄의 글귀로 한순간에 뚜렷해질 수도 있어." "벌써 걱정한 것보다 훨씬 악화되어 있었군. 이 지긋지긋한 거리의 영웅이 될 만하다. 잘있어. 비정한 미래의 법관 나리. 이 빌어먹을 거리와 함께 잘해 봐라." -이문열,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