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pril 8

있는 그대로의 나

남보다 자기를 낮추는 것은 결코 겸손이 아니다. 그것은 위선이다. 남을 자기보다 못하다고 여기면서 자신을 낮추어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것은, 마치 한 표를 얻기 위해 허리를 굽신 거리는 정치꾼과 같다. 남을 섬긴다는 것도 결코 겸손이 아니다. 우리에게 섬겨야 할 대상이 어디 있으며, 우리가 섬김을 받아야 할 만큼의 자격이 있는 것일까. 겸손이란 자연처럼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일이다. 우리가 진심으로 남을 변화시키려면 먼저 그를 사랑해야 한다. 남을 사랑하려면 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려면 먼저 나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드러내 보여야 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드러내 보이는 일이야말로 '겸손'이다. -최인호, 수상록<문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