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pril 25

공포 속의 삶이라는 게 인간이 맞이할 수 있는 지옥 아니겠어요? 저는 지옥이라는 게 활활 타는 유황지옥이나 그런 게 아니라고 보고요, 인간이 행복을 찾아 여행을 하면서 사는 삶이 아니라 공포 속에서 추격자에 의해서 쫓기는 삶을 사는 게 가장 불행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위해서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이 이렇게 쫓기면서 살고 있느냐 하면, 저는 그 이름이 'nothing' 인 것 같아요. 공허, 허무에 쫓기는 것 같습니다. 미하엘 엔데가 <네버엔딩 스토리>에서 얘기한 것, 거기에 나오는 악의 대상은 'nothing' 이라고 이름 붙여져 있잖아요. 미하엘 엔데의 절묘한 말장난인데요. 영화에서는 '낫띵이 온다' 라고 번역되어 있지만, 'Nothing's coming' 그러면 아무것도 오지 않는다는 얘기죠. 아무것도 오지 않거든요. 도대체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이 무엇에 의해서 이렇게 쫓기고 있냐고 뒤를 돌아봤을 때는 정체가 없는, 실체가 없는 공포에 의해서 쫓기는 거거든요. 그렇게 한다고 해서 잘먹고 잘사는 것도 아닌데요. 미하엘 엔데의 <모모>에 나오는 회색분자들, 아무런 존재 가치가 없는, 그 공허 속에서 시달리는 세대가 그 굶주림을 필사적으로 메우기 위해서 찾아내는 게 슬프게도 자기 자식들이란 말이죠. 자기 자식들을 동원해서 뭔가를 이뤄냄으로 해서 자기의 공허를 채우려고 드는 이런 게 한 특수한 가정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사회전반적으로 일어나는 공통의 현상, 보편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 그 국가 자체가 위험한 거죠. -신해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