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pril 9

Son of God vs. Son of Man

"아직도 인간과 이 대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였소? 그 독선의 말씀과 공허한 천국의 약속으로 우리를 당신들에게로 되돌릴 수 있다고 믿고 있소?" "그렇소, 나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를 믿는 것처럼 저들이 돌아올 것도 믿소. 그런데 당신은 어째서 내 가르침이 독선의 말씀이며, 그 약속은 공허한 것이라고 단언하는 거요? 군중들은 감동하여 회개의 눈물을 흘리고 다가오는 하늘나라에 대한 열렬한 동경과 기대 속에 흩어지지 않았소?" "그것은 저들의 우둔과 절망에다 당신의 미끄럽고 잽싼 혀가 우러져 빚어낸 일시적 현상일 뿐이오. 하지만 저들 중 몇몇은 돌아서면서 이미 깨달았을 것이오. 오늘 당신의 가르침은 인상적인 비유와 현란한 수식의 껍질만 벗기면 아무런 진리도 은혜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당신은 무슨 대단한 선심을 베푸는 양 진복팔단을 외쳤지만 그것들이 어떻게 참된 복일 수 있는가요? 그것은 기껏 우리들에게 부당하게 짐지워진 불행의 자의적인 삭감, 실은 부끄럼 속에 되돌려주어야 할 약탈물이 아닌가요? 왜 인간은 슬퍼하고 굶주리고 목마르고 박해당해야만 참으로 복있는 자가 될 수 있는가요? 수천 년의 기다림 끝에 당신이 왔는데도 그런 고통스런 조건 없이 우리에게 내릴 참행복은 없는가요? 그것들이 사랑과 은혜의 하느님을 자처하는 분의 선물이라면 그 얼마나 초라한 것인가요? 위로받지 않아도 되도록 이 땅의 슬픔을 모두 거두어 들일 생각은 없소? 만족을 몰라도 좋으니 의에 주리고 목말라 하지 않을 세상을 만들 수는 없소? 나중에 자비를 받지 못하게 되어도 좋으니 애초에 우리가 남에게 자비를 베풀 필요가 없는 세상에 되게 할 수는 없소? 나중에 자비를 받지 못하게 되어도 좋으니 애초에 우리가 남에게 자비를 베풀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게 할 수는 없소? 저 세상에서 하느님의 아들이 못 되어도 좋으니 따로 평화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는 이 세상을 우리에게 줄 수는 없소? 또 당신은 하늘나라에 재물을 쌓으라 하셨소. 무엇을 먹고 무엇을 마시며 목숨을 이어갈까, 몸에는 무엇을 걸칠까를 걱정하지 말고 먼저 하느님의 나라를 구하라고 가르치셨소. 그러나 당신은 비록 사람의 몸을 빌려 왔지만 육신을 가진 진정한 비참을 모르고 있소. 언제 우리에게 지상의 빵으로 육신을 배불리고 다시 천상에 영혼의 재물을 쌓을 여유가 있었소? 무슨 풍부한 재료가 있어 이 땅의 비바람을 막을 집을 짓고도 천국을 건설할 수가 있었으며, 얼마나 많은 천이 있어 우리 한 몸의 추위를 막고도 당신에게 영광을 돌릴 수가 있었소? 당신 아버지의 저주로 땅은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냈고 좋은 기둥감 하나를 얻기 위해서만도 우리는 수십 년을 기다려야 하지 않소? 만약 당신과 함께 충분한 빵이, 우리의 육신을 기를 풍부한 물질이 지상에 내렸다면 그건 또 모르겠소. 만나가 눈처럼 나리던 광야에서 우리의 신앙이 가장 굳건했으며 꿀과 젖이 흐르는 가나안을 약속했을 때 우리가 가장 충실하게 말씀에 순종했음을 당신도 잘 기억하실 거요. 그러나 저 광야의 내 첫 물음에서 당신은 그걸 거부하셨지요. 당신은 자식에 대한 부양 의무를 저버린 채 효도만을 강요하는 무정한 아버지의 대리인일 따름이었소...... 하기야 오늘 당신은 자신 없으나마 몇 가지 희망적인 약속을 하셨소. 구하면 받을 것이오. 찾으면 얻을 것이며, 두드리면 열릴 것이라 말하셨소. 자식이 빵을 원하는데 돌을 줄 아비가 어디 있으며, 자식이 고기를 원하는데 배암을 줄 아비가 어디 있겠느냐고 하셨소.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커다란 기만이라는 것을 당신도 분명 느끼고 계실거요. 우리가 옛날 그 동산에서 쫓겨난 이래 단 한 시간이라도 구하지 않고 찾지 않은 순간이 있었소? 또 얼마나 많은 영혼이 울며 천국문을 두드렸고, 그중에 몇 명이 그 문에 들었소? 엘리야 시절에 수많은 과부가 있었지만 당신 아버지가 엘리야를 보낸 것은 시돈 지방 사렙다 마을의 과부 한 사람뿐이었으며, 또 예언자 엘리사 시절에도 수많은 나병환자가 있었지만 구침을 받은 것은 시리아 사람 나아만뿐이었소. 이미 우리는 구하며 찾기에,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울며 서성이기에 지쳤소. 그런데 이제 당신은 그 막연한 약속으로 애써 가꾼 이 대지를 포기하라는 건가요? 그 다음에 당신은 우리를 향해 세상의 빛, 세상의 소금이 되라하셨소. 보복하지 말라 하셨으며, 원수를 사랑하라 하셨소.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마저 내놓고 겉옷을 달라거든 속옷까지 주며, 오 리를 가자거든 십 리를 가주라 하셨소. 진실로 묻거니와, 도대체 당신은 그 모든 가르침의 실천이 우리 인간에게 가능하다고 믿으시오? 인간의 창조가 오직 당신 아버지의 선으로만 이루어진 것으로 믿으시오? 그러나 자신 있게 단언하지만 여인의 몸을 빌려 태어난 자 중 그 가르침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당신뿐일 것이오. 극소수의 사람들이 당신을 따라 출발 할 것이지만 결코 아무도 도달하지는 못할 것이오. 그리고 그 나머지--- 대부분의 인간들에게 그 교훈은 오직 감당할 수 없는 영혼의 짐, 영원히 헤어날 길 없는 죄책감과 절망의 원인이 될 따름이오. 비록 당신으로 하여 율법은 완성될 것이지만 그것은 인간과는 별 상관이 없는 독선의 완성일 따름이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를 이대로 두시오. 당신의 가르침을 실천 할 수 없다는 절망과 죄책감이 분노의 팔매가 되어 당신의 머리 위에 떨어지기 전에. 그리하여 우리로 하여금 주어진 것은 모조리 누리게 해주시오. 말씀으로부터의 자유를. 공허한 약속이나 소름끼치는 위협이 아니라도 우리가 당신이 근심하는 그런 혼란과 어둠에 묻히는 일은 없을 것이오. 손상되지 않고 남아 있는 당신의 아버지의 선과 함께 여러 지상의 이익들이 우리들의 행위를 조절할 것이며, 우리의 지혜 또한 최소한의 도덕과 윤리를 터득해 줄 것이오." -이문열, <사람의아들>에서